푸념글입니다. 자영업자인데 힘드네요.

537502No.244252020.02.07 08:02

수도권에서 작은 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말 과잉진료 없이 정직하게 소신진료 하고 있고, 환자들에게 설명도 잘 해주고 장사를 하지 않으니 인근에서 평이 좋고 환자 수가 아주 적은 편은 아닌데도 고단함에 비해 매출은 상당히 낮아서... 개원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계속 스트레스받고 폐업각도 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양심 팔고 살고 싶지는 않고요......

기구소독도 정말 한명한명 쓸때마다 다 하고, 불법 위임진료도 없고, 환자에게 상담도 제가 다하고 그러다보니까 정말 저희 치과는 환자한테는 좋은 치과이지만, 직원들한테는 환자수 대비 힘든 치과예요.
잡일이 많고, 불법위임을 통한 스킬(커리어)을 늘릴 수도 없고, 상담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직원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사생활에는 절대 터치를 안 하지만 '업무 관련' 잔소리는 많은 편이라 직원들이 피곤해하고, 쉽게 그만둡니다ㅠㅠ
근데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해야 되는 소독을 안 하거나, 구체적으로 업무매뉴얼에 있는 걸 안 지키거나 할 때에만 잔소리를 하는데 그걸 안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참고로 급여는 비슷한 수준의 의원급에 비해 적게 주는 편이 아니고(간호조무사 신입 기준 초봉 200부터 시작. 주 35시간 근무요), 직원 수도 매출이나 환자 수에 비해는 많은 편이며(하루 15~20명인데 5명정도는 소독이나 유치발치같이 3분 이내 끝남), 작은 의원 치고는 복지수준도 좋은 편입니다. 자타공인...

저희 직원은 원래 셋이었는데 최근 저희 치과에서 2년 넘게 지낸 직원이 출산휴가를 들어갔습니다. 육휴 1년까지 같이 써서 약 1년 반동안 못 돌아오고요,
남은 직원이 둘인데, 둘 중 하나는 들어온지 반년이 채 안 됐는데 태도가 불량하여(업무지적을 하면 표정 바로 굳어지고 한숨 푹푹 쉬며 일하는 타입) 마음에 들지 않던 직원이었고, 하나는 들어온지 한달 된 초보예요.
인건비때문에 이렇게 구한 게 아니라 경력직이 안 구해져서ㅠㅠ

출산휴가 가는 직원을 대신할 직원을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낸지 몇달이 지났지만 사람이 구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연휴 직전에 마음에 안 들던 직원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잖아도 짜르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던 터라 잡지 않았죠.
그 친구가 이번 주까지만 일하기로 했는데, 어제 들어온지 한달 된 직원이 자기도 그만두고 싶다더군요. (알바는 구해서 혼자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윗년차들 다 나가고 불안하기도 하고 치과 일이 생각보다 힘들고 해서 타과로 이직하고 싶다고요.... 이 친구는 일을 곧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타이밍이 참 안 좋게 만난 것 같습니다.

기존에 직원을 세명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저희 치과 정도의 일은 능숙한 직원 한명과 저만으로 커버가 되는 수준이거든요(청소이모 따로). 전에 직원들 없을 때 다른 직원이랑 둘이서만 며칠 해본 적 있어요. 그 때 정말 둘다 별로 안 힘들고 웃으며 스트레스도 지금보다는 덜 받고 일했던 것 같습니다ㅠㅠ
제 친구 중에 간호사가 있는데(치과 경험x) 진짜 직원 없을 때 그 친구랑 둘이서 하루에 요즘의 150%쯤 되는 환자를 본 적도 있고요.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그 친구가 한두달만 경력이 있었어도 할만했을 듯해요.

근데 문제는 세상에 일 잘 하는 직원이 별로 없어요. 있더라도 저희같은 조그만 치과에서 그런 사람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요.교통의 요지에 있는 것도 아니라...
그래서 직원을 넉넉하게 3명씩 쓴 건데, 그래도 힘들다고 하고 나가는 애들도 있으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 알바를 쓰면 시급 9000원만 줘도 지원자가 쇄도하고, 정말 싹싹하고 성실한 애들 많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일반인은 석션도 불법이니 진료실에서는 쓸 수가 없고, (급여를 높여줘도)장기적으로 일할 친구도 없으니 그게 참 안타깝네요.

여튼 인생 정말 양심적으로 올바르게 살아왔고, 직원들에게도 지킬 것 지키면서 손해보더라도 더 잘해주면 잘해줬지 남들에 비해 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니 정말 억울하고 속이 타네요.
몇달 전부터 치과 운영과 직원 관련 스트레스로 우울증약을 먹고 있는데, 최근 며칠은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증상까지 발생했어요. 계절성라든지 음식물 관련 알러지도 없는데 그냥 갑자기요ㅠㅠ
원래 아침 9시까지 잘 자는 성격인데 고민이 많으니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눈이 떠지고... 환자들이나 직원들에게 티를 낼 수는 없지만 속이 정말 말이 아닙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죠. 알긴 알아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열심히,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도 이런 문제에 평생 시달릴 거라고 생각하니 숨이 콱 막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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